29/06/2024
* 네덜란드의 농업이야기. 한국의 농산업 성장발전 전략
네덜란드는 농업강소국으로 유명하고, 한국도 이 네덜란드 모델을 따라서 농업정책이 세워져 있다.
이건 굉장히 오래전부터 해오던 식상한 이야기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를 벤치마킹하여 익산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를 만든 건 유명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식품클러스터가 제대로된 역할을 하고 있느냐?
농식품부 담당 주무관이 잘 아는 사람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전혀 고민할 필요없이 No"이다.
이걸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방어하느라 난리가 나더라고...
내가 완전 도시청년으로, 서울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전북에 간 이유는.. 여기가 네덜란드같은 수출형 농업을 발전시키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 네덜란드의 식량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국토도 작고, 대부분은 늪지대라서 70%이상이 버려진 땅이라. 딱봐도 형편없다. 통계로 보면 23%. 한국이랑 비슷.
그러나 네덜란드는 국토가 200배인 브라질과 맞먹는 세계 제 2위의 농산물 수출 대국이다.
이유는 중개가공무역을 하기때문.
한국이 반도체, 석유, 철강, 금속 등의 기초 제조업을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네덜란드가 농산물의 중개가공무역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확실하다.
탁월한 농산물 가공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이고.
그 역사 또한 수백년 이전부터 내려와서 꽤 오래된 나라이다.
특허에도 없는 원천기술을 가진 나라가 네덜란드.
대표적인 농산물가공기술이 초콜릿이다.
네덜란드는 자국에서 카카오가 나지 않음에도 세계 최대 카카오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생산량이 맞먹는다고 한다.
아프리카 등에서 생산한 카카오를 네덜란드로 수입해서 가공하는데.
이런 구조가 자리잡은 이유는 네덜란드에서 현대 카카오가공의 핵심원천기술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반호텐이라고 하는 사람이 카카오를 가공하여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코코아파우더 라는 3종의 기초소재를 만드는 방법을 발명했다. 그 이전까지 코코아는 가루로 내어 음료에 타서 먹고 있었는데, 반호텐이 카카오내 유지와 파우더를 분리해서 콘칭이라는 가공법으로 수분을 날려 딱딱하게 굳은 고체형태의 초콜릿을 만드는 방법을 발명한 것이다. 이렇게 고체로 된 초콜릿은 휴대가 간편했고, 다양한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어 보편화 및 고급화가 가능했다.
이 기술은 한동안 외부유출이 엄격하게 금지되었다가 서서히 서유럽국가에 풀리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초콜릿의 맛을 내는 비밀의 노하우와 대형가공시설이 네덜란드에 있기때문에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되는 카카오가 이송되어 네덜란드 가공시설에서 고부가가치화 되어 전세계로 수출된다.
사실, 네덜란드는 중개무역으로 발달한 나라라서, 대항해시대시절에 해외 식민지를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동인도회사는 영국에 맞설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원래 아메리카대륙에서 있었던 카카오를 돈이 된다 싶으니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로 옮겨 심은게 그들이고 그들은 19세기까지도 대규모 농장을 전세계에 운영하고 있었다.
2. 한국의 농업이 네덜란드처럼 되려면...?
당연히 중개가공무역을 해야한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국 식품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부 규제때문에 생겼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불량식품을 단속하겠다며 과도하게 규제를 한 결과..
한국의 식품공장중 HACCP인증이 된 비율은 아마 세계 최고일것이다. 그리고 할랄, 코셔 등등 각종인증 취득을 정부에서 활발하게 지원해주니.. 그런 인증받은 공장이 곳곳에 있다는 점.
그리고 기본적으로 깨끗한 공장들이 상당히 많다.
반면, 그것말고는 딱히 경쟁력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특히 식품가공에 대한 원천기술이 매우 부족하다.
가공무역을 활성화시키려면 곡물을 가공해서 수출하는게 기본 전략으로 채택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extruder 하나 제대로 갖춰놓은 곳이 없다.
반도체산업, 자동차산업이 국가 수출산업의 중추로 자리잡으니..
그것들을 만드는 장비생산업체도 한국에서 여러개가 생겨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장비국산화를 이뤘다.
반면 한국의 식품가공장비들은 수준이 별로다.
위생이나 공장환경, 안전 관련 규제가 워낙 심하다보니..
그냥 일반적인 위생이나 안전부분에서는 그나마 괜찮은데..
핵심인 가공영역에서는.. 외국거를 카피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수준이다.
한창 식품산업이 발달할때 장비생산업체도 같이 수준이 올라가긴 햇었으나, 한동안 식품가공산업이 정체를 겪으면서.. 저가수주를 강요하다보니 많은 식품설비업체들이 사라졌다.
현재는 중국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회로기판만 바꿔 판매하는 업체가 점점 늘어나는 수준이며..
그렇다보니 가공기술의 원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중국에서 비슷한 거 가지고 들어와서 판매를 한다. 그러니 한번 고장나면 수리가 어려워서 중국산은 1회용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재밌는 건.. 식품회사들이 가공기술을 연구하는게 아니라 포장을 바꿔서 신제품으로 내는 추세가 지속되다보니.. 포장관련 설비는 오히려 굉장히 발달하고 있다. 일본에서 봤었던 신기한 식품포장기계가 얼마후 한국 회사에 도입되어 제품으로서 판매된다.
3. 이런 현상을 조합해 생각해보면... 한국이 식품가공산업이 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원천기술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기술은 기초에기초까지 궁극적으로 파고들어가면...
농산물에 대한 이해, 가공중 변화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구성성분과 가공중 변화에 대한 이해, 변화를 검출하는 방법.. 등이 기본이 되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이 부분에 대하여 "한국은 이래서 안되는 구나.." 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농식품부에서 펀딩한 R&D기술개발과제의 내용을 교류하는 교류회를 갔는데 특정 공정반응을 진행시키는 유전자를 야생 균주에서 추출하여 클로닝하고, 이걸 상용화된 재조합 균주에 넣어서 효소를 대량생산하는 과제를 보게 되었다.
연구과제 내용 자체는 훌륭해서 박수를 쳤지만.. 뒤돌아서서 좀 씁쓸했던게.. 연구과제 배분의 효율성이다.
한마디로, 그런건 노보자임이나 듀퐁같은 글로벌 엔자임회사가 만들면 더 싸게 더 좋게 만들지 않겠니? 라는 생각.
무슨소리냐 효소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는 게 원천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원천기술이긴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건 전체 농식품 가공산업의 발전이지 단순 원천기술의 확보가 아니다.
쌀이 남는다. 그래서 쌀재배면적을 줄이려고까지 한다.
그럼 그걸 줄여서 뭘 심을건데? 밀이나 콩을 심겠다고 한다.
한국 기후가 그들작물이 자라는데 적당한 기후인가?
그러니까 한국 기후에 맞는 신규종자를 만들어서 심을거라 한다.
오랫동안 연구직에 있었고, 연구기획을 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면..
뭔 종자를 만드는게 금나와라 뚝딱하면 만들 수 있는 간단한거냐.
종자를 많이 갖고 있다는거? 난 그 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다.
종자가 많다는 건.. 반대로 그만큼 제대로 쓸모있는 종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은 거다.
일본은 쌀품종 300개를 개발해서, 200여개를 실제 논에 심어 생산하고 있다라고 한다.
난 그말을 듣고, 일본이랑 같은 전략을 타면 안되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장인정신이 있어서. 개개품종에 대해 돈이 되던안되던 온 정성을 다한다. 그래서, 품종별 지역별 마케팅을 하니.. 그 차별점때문에 그럭저럭 시장을 만들고 형성하면서 산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세세한 장인정신은 부족하다. 그보다는 돈되는 거 잘되는 거 이런 걸 먼저 찾는다. 게다가 수출시장을 개척해서 농산업을 부흥시키는 전략을 취한다면.. 넓지도 않은 국토에 200여개의 품종을 심게 되면 그 파편화와 고비용 구조, 관리비용은 어떻게 할거냐. 생각해야한다.
한국 농산업이 집중해야할 부분은 쌀가공기술이고 일반적으로 보편타당하게 쓸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남는 쌀은 국내생산품만 있는게 아니다. 잘못된 쌀시장개방정책때문에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할 외국쌀이 연간 40만톤이나 된다.
정부는 이걸 밥쌀로 풀까봐, 국산으로 속여팔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단속하러 다닌다. 네덜란드 인들이 그랬듯이 자국에서는 나지 않는 농산물이지만 수입쌀 안남미, 즉 인디카 품종을 제대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가공품을 수출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인디카 품종의 가공기술은 태국, 베트남등 동남아 국가들이 앞서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들기 어려워하는 쌀국수, 쌀빵, 과자등도 그들은 척척 만들어낸다. 기술적과제로 그걸 해결하는게 1순위다. 쌀은 서양에서 볼때 잡곡이고 사용량도 다른 곡물보다 한참 적은 마이너한 작물이다. 그래서, 글루텐 프리라고 했을때 그들은 쌀에 열광했다. 마치 한국에서 맨날 백미만 먹다가 흑미를 보여주니 다들 지금은 흑미 섞어 먹는것 처럼.
그렇기때문에 곡물 가공기술이 발달한 서양에서도 쌀가공기술은 제대로 많이 개발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의 쌀수출국가인 태국에서 쌀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등 유럽국가들이다. 주로 맥주만들때 사용한다. 쌀은 효모의 생장속도를 촉진하고 이취가 적어 발효베이스로 사용하거나 점도를 높여 거품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첨가하는 후첨소재로 많이 사용한다. 유럽의 수입쌀 사용용도는 그게 다 일정도로 대량가공시스템 자체가 없다. 물론 리조또나 빠에야 처럼 자체 생산한 쌀로 만드는 쌀식품이 있긴한데.. 그건 그들 국가에서 특정되어 나타나는 것이라 밀제분처럼 글로벌 공통의 가공기술은 아직 발달하지 않았다.
4. 농식품부의 식품R&D투자 목적이나 전략은 무엇인가?
국산 농산물의 식품가공으로의 활용을 통한 소비촉진인가?
아니면 식품기술 인프라 확충인가?
난 잘 모르겠다.
근데, 내가 농식품부 담당자라면.. 무조건 전자를 택하겠다.
농산물이랑 식품이랑 연결지어서 좋은 그림만들라고 식약처가 갖고 있던 식품진흥업무를 떼어와서 붙여놓은거 아닌가?
근데. 가만히 하는 거 보면..
그냥 연구를 위한 연구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다.
앞서 본 사례처럼.. 효소는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글로벌 회사에 라이브러리가 다 되어있어서.. 그 효소 개발하면 시장경쟁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수익성 악화되어 사업이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
연구가 마려운 순수 연구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그걸 다 들어줄게 아니다.
맘씨 좋게도 연구를 위한 연구에 R&D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정부 각 부처의 R&D성과를 따질때 항상 꼴찌 부위에 위치한다.
그러니 또 허구헌날 기재부 예산담당자에게 연구의 타당성을 설명해야하고.. 그들이 투자비용대비 성과에 대해 물으면.. 정량적 직접적 성과만 보지말고 정성적 간접적 성과도 보자며 설득하느라 애를 엄청 먹는다.
왜 그래야하지?
정부가 농식품 가공기술에 투자를 못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보통 과제는 여러분야의 전문가로부터 필요성, 수요조사를 해서 1차 리스트르 만들고, 전문가 그룹의 회의를 거쳐 RFP라는 과제제안서를 만들어 공고함으로써 만들어지게 되는데.. 솔직히 난 그때 어떤 국가적 전략이 들어가 있어 그걸 선정하는지 잘 모르겠다.
전문가 풀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국가 정책적 거시적 관점으로 진짜 국가에 필요한 기술을 골라 만들어야한다고 내세워야하지 않나?
담당 공무원은 잘 모르니. 외부 전문가들(교수등)에 의존하는 거 같은데.. 그건 어느정도 산업이 발전되었을때나 잘 돌아가는 것이고..(산업이 발달되었으면 전문가도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지금 자국 농식품을 가공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바닥을 기는데..
천상계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전문가의견을 듣는다면..
이게 과연 현실화가 잘 될까?
농식품가공분야는 개발독재시절 전자, 기계, 금속, 화학 등 타 산업이 그랬듯이 국가가 전략적으로 나서서 주도해야한다.
자꾸 시간남는 전문가들 초청해서 뭘 하려고 하는데..
그래봤자 선진국 뒷꽁무니 따라가기 바쁘다.
대표적 사례가 난 푸드테크라고 생각한다.
푸드테크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구체적으로 뭘 해야할지. 뭘 갖춰놓고 전략적으로 성장시킬지에 대해 얘기하는게 별로 없는 거 같다.
푸드테크라는 카테고리 안에 위치한 개별기술에 대한 얘기, 관심은 나오고 있지만, 이 기술들을 엮어서 국가 경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지에 대한 얘기는 안나오는 거 같다.
그러니까.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식품분야에 대한 누적연구투자가 수조원을 넘는데.. 나온 성과가 거의 없다.
개별 기술은 잘 개발되어 연구성과라고 홍보하지만, 그게 국가 농식품산업 규모의 성장에 이바지한 흔적은 없어보인다.
몇해전에도 농식품부에다가 남는 쌀, 수입쌀을 어떻게 처치할까 고민하지말고 그걸 가공식품으로 전환시켜 수출을 하자고.. 또 그렇게 되려면 정부가 기초소재에 대해서는 공기업을 세워 직접 투자를 하는게 좋겠다..라고 얘기했더니..
그걸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며 발을 뺐던 적이 있다.
5. 우연히 유튜브에서 네덜란드 관련 영상을 보다가.. 수출도 하는 식품산업 얘기에 딱 꽃혀서 썰을 푼게 매우 길어진 것 같다.
어제 새로 개발한 저항전분 소재 얘기를 했더니..
댓글에 뉴스기사에서 봤었던 외국 유명회사들 이름이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 회사들 이름이 나오는 이유는 새로 만든 제품이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고, 수준도 그에 맞춰서 만들 계획이기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다. 전엔 나 혼자 개인이 그걸 어떻게 만드냐.. 생각도 했었는데.
한국 식품가공산업이 발전하려면. 또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되려면 나라도 나서서 그런 걸 만들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전세계에 화제라면서.. 요즘 대단하다고 한다.
근데, 솔직히 말해 불닭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매운맛이 맛있어서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호기심에서 도전해볼만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은게 아닐까?
그리고 힛트상품은 항상 바뀌는 거고 어제 힛트했던게 오늘은 다른게 힛트하는 걸로 얼마든지 바뀔수 있다. 불닭하나로 얼마나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반 기업이라면 제2의 불닭볶음면같은 상품을 만드는게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산업육성정책 목표가 제2의 불닭볶음면이라면 이건 곤란하다.
네덜란드는 카카오가공기술과 연관된 초콜릿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수출을 그렇게 꾸준하게 유지할 수가 있다.
국가가 목표로 하는 농식품 산업육성은 카테고리를 확실하게 만들던가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하는게 옳다.